머-머링써-지
180610 노장 감독의 아름다운 꿈: 구로사와 아키라의 유메 


 오랜만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를 봤다. 유메. 

'이런 꿈을 꾸었다.' 라며 조각조각 자신의 꿈의 기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그의 마지막 작품들 중 하나이고 1990년의 그는 80세. 너무나 아름답다.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가 생각이 났다. 그 역시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 감독이다. 그러나 그의 최근작은 너무 끔찍했다. 누르고 누르려고 해도 노망이 났나 하는 생각이 비집고 나왔다. 그에게 실망했다기 보다는 그가 나이를 아름답게 먹지 못한 것에 실망했고 슬펐다. 노년의 영화 감독이 기품 있고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이고 고마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영화 유메를 보며 구로사와 아키라가 어린이 시절부터 노인이 되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고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으며 또 인간으로서 혹은 어른으로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 편의 영화로 이렇게 아름답게 전할 수 있다니. 


 구로사와 아키라도 정말 멋있고 우디 앨런을 봐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는 정말로 거지같고 지저분한 사생활을 가졌지만, 그의 영화를 봤을 때 언제나 스스로가 주인공이어야만 했던 시절에서 이제는 빠져나와 한 발짝 바깥에서 정말로 자신이 가진 것들을 동원하여 온전히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음 그러니까 유메를 보고 너무나 즐겁고 벅찬 나머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구로사와 아키라를 동경했던 이제는 늙어버린 기타노 다케시. 내가 멋진 사람을 동경 하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이 무섭다. 당연한 것인데 그렇다. 멋진 영화를 만드는 영화 감독이 된다는 것에서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노장이 된다는 것으로 생각이 확장된 밤이다.